답사 후기 :

111회 2003.01.08.

답사개요
황학동 시장과 지금은 건물이 철거된 황학개발 구역을 둘러 보았다. 이른 아침이라 황학동 시장의 활기찬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일부 가게들은 일찍 문을 열고 있어서 여기저기 구경할 거리가 많았다.

성동극장 옆을 지나다.
조금 더 가니, 어린이 놀이터 옆으로, 작은 크기의 전통가구나 바구니, 죽부인등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여러 가지로 한옥 내부에 들어가는 소품들이 부족한데, 여기서 등기구로 쓸 수 있는 소재가 없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근처의 건물들도 지난 번 마장로위쪽 블록내부처럼, 건물 외부로 크레인이 설치되고, 물건을 반입하는 문이 설치되어 있다.

마장로길을 건너다.
초겨울의 쓸쓸한 모습이다. 거리로는 각종 주방기구며 자재들이 여기저기 나와있다. 확실히 마장로길은 주방용품과 식당업관련 기기들을 파는 곳으로 정착한 느낌이다.

정리되지 않은 길을 위한 제안
특화된 거리가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관련된 기간-가게들이 들어서 있는 건축이나 그것이 면한 길들은 이러한 특화된 가로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늘 정리되지 않고, 화물이나 운송차량이 차로를 점유하고 있거나, 작은 골목, 건물의 옥상, 계단실 등은 모두 창고처럼 쓰여지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전향적으로 생각하면 언제다시 이런 도시기능-기간들이 교체될 지 모르는 이 도시에서 이 정도의 혼란스럼움, 부적절함은 감내해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길의 경우 처럼, 차량의 소통만을 가정하여 만들어낸 것이라면, 이제는 화물의 하차나 적재, 일시적으로 물건을 쌓아놓는 공간, 더불어 사람들이 이러한 것에 방해를 덜 받을 수 있는 인도공간확보 등을 고려한 가로설계를 하여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마장로의 경우 그 주변으로 주방관련 물품을 사러 오는 사람을 위한 주차공간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건물은 창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크레인이 설치되고, 개구부가 변형되는 등 자생적인 변화를 하고 있다. 이제 공적인 영역에서 설계가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01 성동기계공고와 노점들
성동기계공고가 보이고, 긴 벽에 붙어 작은 노점들이 다닥다닥한 모습이다.
담장은 붙어있는 노점들로 보이지 않고, 그 너머의 큰 건물 메스와 높은 굴뚝이 작은 가게들과 대비적으로 보인다.
만약 성동기계공고가 어디론가 이사를 가고 나면, 이 곳엔 어떤 것이 들어설 수 있을까 상상해 본다. 또한 여기 벽에 붙어있는 작은 노점들은 다 어떻게 되는 것일까? 오히려 이들에게는 이렇듯 '길고 무덤덤한 학교벽'이 더욱 좋았던 것은 아니었을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황학동 시장의 활성화와 물리적 환경에의 영향
이렇듯 커다란 크기의 기간-영역이 일정 지역의 성장이나 활성화를 막는 듯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 이면에는 이들이 있음으로서, 빛과 그늘이 생겨나고, 이곳을 이용하는 - 이러한 환경에 서식하는 도시기능-기간이 싹트면서 활성화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활성화가 활발히 전개되면서, 내부의 물리적 환경은 중앙시장의 예와도 같이, '성장-개발을 멈추고 계속적으로 맥락의 변화에 따라 변형을 거듭함'을 알 수 있다. 단정하기는 아직 어려우나,일정 지역의 활성화는 주변의 물리적 환경의 개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 이러한 것이 성립되려면, 길의 크기와 필지의 크기와 집합형상, 소유관계, 권리관계 등이 조건화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부연하면, 전후 활성화된 황학동 시장은 삼일아파트와 성동기계공고라는 커다란 물리적 영역과 동쪽의 주거지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그 기능을 지속할 수 있었다. 내부에 있는 건축물 역시 길에 면한 것이 2-3층의 중소규모로 켜를 이루고,안쪽에는 여전히 1층을 유지하며 지금도 시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그 속에 있는 여러 도시적 기능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교체되어 왔지만, 도시기능-기간의 집합들이 할성화되면서, 복잡한 임대와 상업적 권리관계가 형성되고, 협소한 길의 사선제한 등에 따른 건축행위의 한계성등이 겹치면서, 전면적이거나 부분적인 개발은 실제로 어려운 것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주변의 물리적인 환경을 더욱더 내부의 활성된 도시기능-기간에 맞게 변형하여 적응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다른 지역의 예로는 종로의 파맛골 주변, 독립문의 영천시장과 주변 건물군들이 이러한 역학관계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02 3층의 근생건물을 들어가 보다.
시장길에서 안으로 어두운 복도를 지나 위로 올라갔다. 어두운 복도와 계단참에는 온통 텔레비젼과 모니터가 가득하다.

03 속이 깊은 알뜰매장
조금 더 가서 보니, 입구는 아주 작은데, 안으로 공간이 깊은 '알뜰매장'을 보았다. 항측도에는 빈 곳으로 되어있지만, 길을 돌아보며 관찰해 보니, T자형으로 된 가게가 길을 향해 2군데 입구를 두고 속 깊이 자리하고 있다.

04 가전제품이 도열하고 있는 골목사이로 들어서다.
맞은 편으로 냉장고 등, 커다란 가전제품이 양쪽으로 도열하고 있는 골목안으로 저절로 발길을 들였다. 안으로 고물상처럼, 가전제품이 쌓여져 있는 것도 이색적이지만, 저 멀리로 2-3층의 건물들이 아침햇살을 받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것도 특이하다.
이러한 풍경의 배경에는 블록의 외곽으로는 3-4층의 건물들이 애워싸고 내부에는 1층의 허름한 가옥과 공터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계단이 물건이 쌓여진 공터로 조갯살처럼 나온 건물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그 이전에 보았던 '태양의 제국'의 한 장면이 겨울 서울 한 복판에 펼쳐진 느낌이다. 한 구석으로 2층에 조그만 간판을 걸고 있는 부동산 중개소도 '복잡하고 치열하기 까지한 전면에 깊이 들어와 자리잡은 모습에 참 있을 만한 자리에 있구나!'는 생각을 하였다. 도시의 각종 기간들은 저마다 어울리는 위치를 찾아 자리한다.

건물아래로 통과하여 다른 골목으로 가다.
우리가 지난 곳은 냉장고 등에 사용하는 모터를 수리하고 가공하는 곳 같았다. 블록 안쪽, 작은 길에 해당하는 이 골목에는 외곽에 있는 완제품 판매상들에게 필요한 부품을 다루는 공장이 즐비하다.

조금 큰 길로 나오다.
골목에서 조금 넓은 길로 나왔다. 길양쪽으로는 냉장고를 비롯한 전자제품이 즐비하다. 나온 길에서 마주한 골목으로 들어서보니, 양쪽으로 자판기들이 가득하고 골목엔 지붕이 덮여 있다. 안으로 들어가 둘러보니 자판기에 쓰이는 물탱크등이 그득히 쌓여 있는 한옥집 마당이었다. 골목과 건물 내부의 마당 등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구분하기 어려웠다.

05 가운데 계단 양쪽으로 질주하는 계단을 지닌 두 건물
조금 더 동쪽으로 가다가, 3층 정도의 근생에 들어가 보았다. 계단을 가운데 두고 한층쯤 올라가서는 서로 다른 건물로 들어서는 것이 흥미롭다.
먼저 오른쪽에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바로 들어서면, 출입문이 있고, 계단을 따라 돌아 중간에 3층 그리고 계속 오르니 잠겨있는 옥탑방 출입문이 이다.
다시 내려와 왼쪽에 있는 집을 들어가니, 마찬가지로 '외곽을 타고 질주하는 계단'형식을 하며, 외부 옥상으로 나가는 사이에, 작은 폭의 복도 겸 현관이 있다. 다른 살림살이는 거의 보이지 않고, 덩그러니 신발 하나씩 있는 것으로 봐서는 거의 쪽방 수준의 잠자리만 제공하는 임대공간이 아닌가 한다.
옥상에서 아래로 황학동 시장길이 좌우로 보이고, 그 뒤로는 배경처럼, 거리를 두고 삼일아파트들이 조용히 둘러 서있다. 가까이에 보이는 주변의 옥상에는 옥탑방으로 증축된 것도 많고, 작은 나무가 잘 심겨져 있거나, 추운 날씨에도 빨래나 이불 등이 널려 있기도 하다.

사거리(동,서,남,북) 찍음

마당의 변신
조금더 길을 가니 가게-공장? 사이로 묘한 빛의 공간이 보인다. 건물의 사이인 것도 같고, 내부에 천창이 뚫린 것도 같았다. 지도를 잘 보니, 한옥 마당부분이 덮히면서 이런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렇듯 한옥의 마당이 변형되면서 동시에 건물 사이의 외부공간과 골목등이 복잡하게 실내화되는 경우를 지난 답사에서 많이 보아왔다. (경동시장) 원래 건축원형에 있던 공간이 여러 가지 형태로 변화하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06 안쪽에 들어선 골동품가게와 작업실
바로 옆으로 창살이며 여러 가지 물건들을 걸어놓은 골목의 벽이 눈길을 끈다. 골목 막다른 곳에서 사장님으로 생각되는 분이 문을 열고 있어, 부탁을 하고 들어가 구경을 하였다.
왼쪽에는 작업실로 사용되는 공간이, 오른쪽에는 마당에 간이 천창을 만들어 창고 겸 가게로 쓰는 공간이 있었다. 블록의 안팎으로 자기에게 적합하고도 어울리는 입지를 찾아 들어서고, 필요에 맞게 건축물과 공간을 변형하여 쓰고 있다.

07 작은 골목과 식당 - 큰 길에 대한 servant한 역할
다시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니 <진영식당>이 안쪽에 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근처에 있는 상인이나, 직장인으로 번화가의 식당들처럼 유동인구에 의존할 이유가 없기에 이렇게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까 보았던 부품공장과 같이 큰 길에 대하여 servant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골목 입구로는 입간판이 걸쳐져 있어 알림에 소홀하지 않은 것도 보인다.

08 고가구·골동품가게가 많은 길로 나오다.
모두가 다 고가구 관련의 가게들은 아니었다. 그 중에는 모터등의 부품류를 파는 곳도 있었다. 사진에는 없으나, 건물3동이 2층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아마도 고가구·골동품가게의 속성상 많은 창고 space가 필요하여, 건물을 상부에서 서로 연결하여 하나로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곱창길로 나오다.
동쪽으로 계속향하여, '곱창길'로 나왔다. 곱창볶음을 파는 포장마차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끼리 부르는 이름이지만, 사실 이 길은 중앙시장 북쪽입구에서 마장로길을 교차하여 오는 넓은 폭의 가로이다. 이미 지난 답사에서 보았지만, 중앙시장 근처는 화물차와 포장마차 제작 및 적재장소로 쓰이고, 여기 북쪽 청계고가에 가까운 곳은 곱창볶음, 분식, 토스트, 수입과자류 등을 파는 포장마차와 노점들로 양쪽이 거의다 점유되어 있는 모습이다.

09 9층의 근생건물 - 길이 가져오는 효과
눈길을 끄는 것은 넓은 도로폭을 적용받아 이 지역에서는 아주 높이 선 9층의 근생건물이 이미 서 있다는 것이다. 이 건물은 주변 어디에서나 낮은 건물위로 보이곤 한다.
답사를 통하여 눈에 띄었던 것은, 왕십리 지역에서 처럼. 골목길과 지리적으로 형성된 오래되고 복잡한 지역을 가로지르는 계획 도로에 의하여, 지역의 물리적 형상 - 주변 건물의 규모-과 도시적 기능들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연하면, 물리적 형상의 변화는 근본적으로 건축법규의 도로 사선제한, 즉 도로의 폭에 준하여 면한 건물의 높이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며, 도시기능의 변화는 새로운 길에 의해, 원할한 운송이 가능해 짐으로서, 공장등이 주거지 안쪽까지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종로3가 돈화문로와 종묘사이의 지역에서도 동서로 관통하는 몇 개의 도로에 의하여 주변의 물리적 형상은 변하고, 종로에 치우쳐 있던 금은세공관련 공장들이 길 주변의 한옥에 진출하는, 다시 말하면 사용가능한 길이 확보되면서, 주변의 활성화된 도시기능-기간들이 주거지까지 들어와 자리할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있다.

10 그 많은 한옥들이 사라지고....
다시 황학구역 재개발 철거지에 들어왔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94년부터 하나둘 씩 철거되기 시작하여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한다. 서쪽으로 들어서보니, 몇 채의 건물들이 남아있지만, 사람이 사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리고 경계의 외곽으로는 그전보다도 더 사람들이 살 것처럼 보이지 않는 삼일아파트와, 새로 들어선 4-5층 규모의 근생과 다세대 건물이 생경하게 마주해 있다.

우리가 가진 지도를 보면, 철거된 그 곳엔 수많은 한옥과 골목들이 남아있었다.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한옥군이라기 보다는, 필지를 나누고 도시한옥을 배치한 소규모 개발의 양상을 띄고 있다. (지적도 참조) 경험으로 본다면, 참으로 따스해 보이는 동네였으리라 짐작되지만, 지금 그곳엔 아무것도 없이, 경사진 넓은 땅에 길로 보이는 딱딱한 길자국 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11 아직도 남아있는 한옥들 - 주진입방향은 어디?
철거지를 벗어나와 아까본 새로지은 건물들이 서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경사지어 아래로 곱창길을 향하는 비스듬이 휜 길 오른쪽에는 새로지은 건물들이, 왼쪽에는 한옥들이 서있다.
한옥들의 지붕방향을 봐서는 오히려 경사지 위쪽이 주진입방향이었을 거라 추즉해 본다. 무슨 말인가하면, 집장수 한옥처마는 자세히 보면, 한쪽은 올라가고, 다른 한쪽은 평평하다. 평지 혹은 경사지에서 한옥의 멋을 내는 곡선처마를 주고는 있지만, 양쪽 지붕 모두에다 처마를 주는 것은, 가까이 붙어있는 한옥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고, 된다하여도 그 모양이 그리 좋지 않은 까닭이다.
그런데 어차피 한방향으로 곡선을 주자면, 여러분이라면 어느 곳으로 주겠는가? 당연히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방향, 집이 사람을 맞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처마를 주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는가.
설명은 길었지만, 그러한 이유로 여기있는 한옥군들은 이상하게도 경사지 위쪽을 향해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보편적으로 사람은 집으로 갈 때, 아래에서 위로 가는 것이 상식인데도 불구하고... 무언가 진입방향이 그렇게 결정된 원인이 있으리라 짐작해본다.

블록을 가로지르는 동서길과 안쪽 블록의 변화양상
마장로와 청계천로 사이로 블록을 동서로 가르는 길이 하나 있다. 지난 답사에서도 보았던 길로 교회와 새로 지은 건물들, 주차타워 등이 있던 바로 그 곳이다.
전체적인 인상으로 볼 때, 길의 아래쪽(남)보다는 위쪽(북)부분에서 물리적 형상의 변화-새로운 건축행위가 현저하다. 하지만 자세히 말하자면, 조금씩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래블록은 서쪽에 비하여 동쪽의 변화가 심하고, 이는 지난 답사후기에서 말한 '붕괴되어 가는 골목과 작은 집들'이란 표현에 적합하다. 위블록 중 이번에 답사한 곳을 특징적으로 말한다면, '길에 면해서도 아직 군데군데 한옥을 포함한 작은 집들이 남아 있는 느낌'이다. 개발구역의 외곽 일부는 다세대등을 지어 새롭게 들어섰지만, 일부는 오히려 안쪽보다 개발되지 않아, 골목 안쪽으로 '한옥넘어 다세대'가 보인다. 다른 예로는 앞에 있는 일부 한옥을 사들여 안에 있는 대지로 건물을 짓고 나머지 공간을 주차공간화하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어떻게 할지 모르는 듯 작은 평수의 한옥 두채가 남아있다.

작은 집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골목 안쪽에 들어서 있는 집들과 마찬가지로, 그 필지의 크기가 아주 작은 집들 - 예를 들어 30평 이하 - 의 앞으로의 장래는 어떠할 것인지 스스로 걱정이 된다. 바로 위에서 말한 2채의 한옥은 이미 그 상태가 매우 낡았으며, 한옥 고유의 마당도 실내화되거나, 물건 등으로 가득차있어, 쾌적한 거주 환경으로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guga가 작업한 가회동에서의 경험에서 본다면, 한옥일 경우 필지의 크기가 심지어 10평 이하라 하여도, 주변의 물리적 환경이 양호하고, 건축유형이 마당을 중심으로한 공간을 배치하는 경우, 1-2명 정도가 사는 좋은 집(내외부사진 및 평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행법규에서는 10평에는 6평, 20평에는 12평의 집만을 지을 수 밖에 없고, 주차대수 확보, 도로 소요폭, 일조 및 도로사선제한 등이 무조건적으로 가해지는 제한요소가 너무도 많다. 간단히 말하면, 지금 상태에서 살지 않으면, 옴뜨기도 어려운 것이 이들 작은 집들의 현실이다.
지역이 활성화되면, 작은 집들도, 가게나 식당 등 주변 맥락에 맞는 여러 가지 기능들을 수행하면서, 그대로 명맥을 이어가지만, 주거지에 있는 경우, 점차로 노후화되면서, 일부 공간을 임대하는 세대분리가 일어나거나, 주인은 떠나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체로 임대되어, 더욱더 노후화를 촉진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결국, 건물은 계속적으로 낡지만, 새로 짓거나 수리하여 쓸 경제적 여건은 없으며, 여기에 재개발이 가해진다 하여도 보상을 통하여 받을 수 있는 금액이나 분양권을 받고 난 후, 재개발 아파트 구입을 위해 지불해야할 차액등의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래 작은 집과 그 집의 주인 그리고 세입자들은 그 지역에서 사라지게 된다.
물론 작은 집들이 주변과 통합되어 다세대등으로 지어지는 경우는 이미 많이 보아온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작은 단위들이 더 이상의 가능성없이 남게 되는 경우 우리는 아무런 방법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저 주변의 높은 건물 사이에서 혼자 고립되어 존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작은 집을 위한 제안
먼저 전제되어야 할 것은, 우리가 원하는 도시의 상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전면적이고 급진적인 변화와 개발을 지향하는 한 작은 집들을 위한 제안을 마련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도시 속의 정주성을 중요시한다면, 개발이 어려운 작은 집들의 개보수 비용을 지자체가 지원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영구임대 아파트를 지어주는 것처럼, 사회전반의 역량 - 건축가의 역할을 포함하여 -을 모아 이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해 줄 수 있는 방법과 기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완화된 규정 속에서 적정한 선의 개보수 비용을 지원하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system을 마련해 볼 필요가 있다.

12 골목사이로 철거지역을 다시 보다.
동쪽으로 계속 진행하니 길은 오르막에서 급한 내리막으로 바뀌고, 작은 가옥들이 어설픈 모양으로 모여있는 곳까지 왔다. 작은 집들 사이 좁은 골목길을 지나니, 다시 한 겨울 쓸쓸한 철거지역이 나온다. 원래는 복잡한 골목들이 얽히어 있었겠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황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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