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 후기 :

45회 2001.10.06.

 Start 인사동길 입구 삼각공원에서 시작

: 종로에서 바라본 낙원상가와 삼각공원의 모습
전벽돌을 배경으로 단형의 공간을 만들다. 전벽돌 뒤에는 노출콘크리트 입면의 화장실이 들어 있다.
이 곳의 풍경에는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있다. 서양의 광장처럼 규정할 수 있는 공간을 시각적으로 느끼기도 어려우며, 뒤로 보이는 초스케일적인 빌딩들이 가까운 거리에 늘어서 있음으로, 인사동길 입구라는 도입공간의 느낌을 부여하기엔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 입구 조형물로 놓인 돌판에 '나뭇입으로 형상화한 인사동골목길'이 인상깊다.

01 인사동길 입구에 서있는 대형빌딩 - 활성화되지 못한 썬큰 공간.
: 인사동 입구에 자리잡은 이 빌딩의 도시·사회적 의미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종로와 인사동을 잇는 시작점이자, 특이한 삼각형의 대지형상 때문에 80년대 건축대전 출품작에는 꼭 대여섯개씩 이 땅을 어떻게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인사동길에 새로운 건축적 조형과 문화를 어떻게 부가할 것인가 하는 고민과 노력들이 있어 왔다. 그런데 어느날 그 자리엔 아무런 도시적 연관성도 어떤 사회문화적 의미도 없는 커다란 사무용빌딩이 자리했다.

: 뒤로 보이는 또 다른 대형빌딩
삼일로를 따라 경제적 잠재성을 가진 필지들이 하나 둘 개발되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려는 듯, 영어로쓴 선전문구가 눈에 띈다.

: 선큰 공간의 풍경은 그야말로 비참함 그 자체였다. 건축물의 외형에서 풍기는 단순한 형태와는 대조적으로 이 썬큰에 자리잡은 <기간-가게>는 저마다의 상징과 장식들을 좁은 공간에 가득히 쌓아두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얼굴조각과 값싼 기와지붕처마, 높은 봉에 매달린 이발소 옥외광고물과 각종 실외기들이 엉키어 아수라장을 떠올리게 한다. 만약 이곳이 건축가와 그 지망생들이 꿈꾸던 이상의 일부만이라도 실현되었더라면, 인사동길의 입구는 사람과 건축 그리고 가게와 공간이 어울리는 그런 장소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우리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아야 한다. '도시 속에 살아있는 건축, 서식적 건축을 지향하며, 건축보다는 기간-가게들이 가진 속성에 의해 도시적 양상이 결정되고 있다'는 우리의 생각에 이 '비참한 썬큰'의 풍경이 무슨 문제인가하는 점이다. 더불어 이러한 풍경이 청진동 골목과 같은 혼란스럽고 번잡하며 노후화된 풍경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그 의문에 우리는 아직 답할 수 없다. 그러나 가슴 속에서 '이것은 아니다.' '이것은 다르다.'라는 소리가 울리고 있다. 시간을 두고 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겠다.

02 대형골목과 인사동 골목의 접경
: 과거에는 양쪽모두 가게가 들어섰을 길이지만, 지금은 한쪽은 대형빌딩이 자리하고 있다. 그 결과로 전체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골목의 한 면이 거리전체로 열려져버렸다.

전통의 변주곡들 <함께있어 좋은 사람>
: 이 골목에 면한 가게들은 여러 입면을 하고 있지만, 그 중에는 전통한옥을 외면적으로 흉내낸 것이 많다. 자세히 보면, 고전전인 건축형식이라기엔, 부족한 디테일과 거친 수법임에도 '전통적 분위기(?)'를 만들려 한다.
건물은 2층 그리고 증축된 3층으로 구성되고, 특히 3층은 건식구법으로 지은 위에 얕은 전통적 디테일을 덧붙여 놓았다.
가게 1층에는 Antique와 도장가게를 겸하고 있었다.

<호림> 노출을 최대한 적게 하다.
: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도심의 유명한 요정이 이 곳 인사동 골목에 그 입구를 두고 있다. 밖에서는 잘 지은 대문 하나만 보이는 이 <호림>이라는 요정의 실체는, 뒤로 돌아 주차장에서 바라볼 때 확실하게 드러난다. 대문을 통과하여 깊게 들어와 있는 이 건물은 외형상 그리 고급이거나 잘 관리된 건물로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최상층의 증축된 형상만을 보면, 도심에서 흔희 보는 노후화된 건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곳은 옛말로 하면 '고관대작'이 몰려드는 곳이니, 잘 보면 그 외부 입면에 안이 보이는 창하나 나있지 않은 '폐쇄적인 형상'을 하고 있다. 서민의 고충을 생각하면 그냥도 화가 치미는 일이지만, 기간이 적당한 입지를 찾아간다는 속성을 생각하면 특이하고 흥미로운 예라 하겠다.

'차경'을 끌어들이는 <인사동학교>
: 밖에서 본 모습은 70년대 풍의 입면에 담쟁이가 자란 모습이고, 안을 들여다 보니, 멀리 외부 풍경이 보이고 조금 밖으로는 장작을 쌓아 놓은 것이 보인다. 그런데 이건 어째 좀 이상하다 싶다. 인사동 지역에서 저렇게 멀리 바라보이는 공간, 빈 터가 있었나 싶다.
답사를 하여 그 빈터의 실체를 알아냈다. 그것은 바로 뒤에 붙어있는 커다란 주차장이었다. 그런데 왜 차한대 안보였을까? 돌아와 내부 사진을 잘 관찰해 보니, <인사동 학교>는 '차경수법'을 쓰고 있었다. 가까이에 있는 물체들 - 자동차들을 - 장작더미등으로 가리고, 울타리를 세워, 멀리있는 풍경이 위에 보이도록 하였다.
어찌보면, 이 가게가 택할 수 있는 당연한 공간연출 수법이기도 하다.

03 인사동길로 다시 나서다.

새 건물의 표피는 문제가 있다.
: 인사동길에 들어선 기간-가게들의 표피는 '영역화된 시각적 layer'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거리와 내부공간 사이에 형성되는 'layer'로 시각적 깊이감과 독립적 영역성을 지닌다. 특히 인사동 기간-가게의 layer는 건축적 장치로 형성되는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장식물이나 기타 인테리어적인 요소들로 만들어지는 '비고정적인 것'이다.
그런데 이 새 건물의 표피는 번화한 상업공간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보이는 완전히 open된 면으로 내부와 거리사이에 위에서 말한 '영역화된 layer'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이 표피가 인사동길에서 변화없이 계속 이렇게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그럴 때 이런 매끈한 입면에 어떠한 '비고정적인 장치가 layer'로 쓰여질까가 우리는 매우 궁금하다.

노력하는 <스타벅스> - 대중매체는 반성하라!
: 얼마전 tv에서 다국적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가 인사동에 들어오기를, 여러 단체와 상인들 기타 관계인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방송만을 보기에는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되고, 스타벅스는 하루 빨리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옆에 있는 새 건물의 입면과 <스타벅스>의 입면을 비교해 보면 스타벅스가 나름대로 전통적인 색깔을 내려는 노력을 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또한 '스타벅스'라는 한글글씨 - 어느 나라에서나 영어문구를 썼으나, 유일하게 이 인사동 지점에만 그 나라말을 썼다함.- 역시 옆에 있는 'korean restaurant shinpo co.'이라는 신포우리만두의 영어 문구를 보면, 과연 방송이란 공정한 보도를 하고 있는가, 혹은 도시와 건축을 이해하는 상식적인 시각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게 된다. 바로 맞은편에 자리잡은 <하카타우동>의 노골적인 일본식 외장을 그대로 놔둔채로 세간이 떠드는 쟁점만을 부풀려 말하는 대중매체의 편협된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도시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다.
: <신포우리만두> 는 기존의 건물에 엘리베이터 설치공사를 하고 있었다. 답사중 관찰한 대부분의 3층 이상 공간은, 사람들의 유동량과는 관계없는 사무실이나 기타 여러 가게들이었다. 아마 이 건물도 다른 건물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인사동의 건물 대부분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하지만 인사동길이 많은 사람들에게 열려져,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유동량이 발생하고, 이를 흡수할 수 있는 상업적 기능들을 수직적으로 배치하여 임대효과를 최대한 올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물리적 수단은 기존 건물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이다. 비슷한 층수의 건물중 이 건물은 발빠르게 그러한 공사를 착수하였다.

'숨어 있던 길'이 '열려진 길'이 되면서 그곳에 있는 건물들은 '길의 변화된 성격에 맞추어 자신의 모습을 변형'시키고 있다.

04 <한지마당>과 <광주요> 건물을 보다.
: <한지마당> 직접관찰, 위에는 주인이 살고 있는 듯 조그만 중정이 있다.
또한 이 건물은 부정형의 형상을 하고 있다. 이 건물과 <광주요>건물 사이의 삼각형틈에 <성일사>,<상미표구>가 간판만 번듯하게 걸어놓은 가설건축물이 자리하고 있다.

<바람부는 섬>의 비밀
: 옆 건물 2층에 들어있는 <바람부는 섬>은 아무리 1층을 찾아보아도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없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한지마당>의 계단을 같이 쓰고 있음을 발견한다. 나중에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시는 분들로부터, 두 건물주가 서로 다름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바람부는 섬>의 건축주는 1층이 이미 임대되어 쓰이고, 2층으로 오르는 별도의 계단을 내기위해 1층 임대를 일시적으로 중지하거나, 공사가 끝난 후에도 1층 임대면적이 계단만큼 줄어드는 것을 피하려고, 옆 건물주와 일정한 협약을 하여, 계단을 같이 쓰게 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광주요>의 표피
: 전면유리의 뒤쪽에 기와를 가득 쌓아 올린 감각적인 표피는 역시 위에서 말한 '비고정적인 장치를 이용한 영역화된 layer'의 또 다른 예이다.

05 주차장과 그 옆의 가게들 - 주인이 많아 개발도 어렵다.
: 주차장 옆에는 어떤 가게들이 들어있는지, 한 참을 지켜봐야 할 정도로 많은 수의 작은 가게들이, 오래되고 낡은 건물에 들어가 있다. 우리는 뜻하지 않게 첫인상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던 이들 가게의 사장님들로부터, 이 건물과 근처에 있는 낙원상가 그리고 인사동길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interview 내용정리

: 이 건물에서 서쪽 인사동길을 보다.

06 먹자골목으로 들어서다.
: 길을 건너 맞은 편에 있는 가게들 사이로 난 골목으로 들어섰다. 이 블록의 반은 이미 앞에도 나왔던 새로지은 대형빌딩이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반에 기존의 골목과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다. 둘 사이에는 벽이 둘러져 있어, 기존의 건물과 골목은 고립된 듯한 느낌을 준다.

: 인사동골목과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부분부분 한옥이 남아있지만 이 골목의 전체인상은 '인사동답지 않다.'는 것이다. 안으로 들어설 때의 부분적인 장면에서는 한옥골목의 느낌을 주고 있지만, 안에서 느끼는 골목의 공간들은 안으로 깊숙히 들어왔다는 느낌을 주기에는 너무 얕고, 시각적으로도 바깥 공간에 열려져 있어 심리적인 깊이감이 없다.
물론 인사동의 골목다움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떠한 것에서 유래하는 가를 생각해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07 태화관길로 나서다.

: <이화문고>에서 아래 골목을 보다.
제대로된 한옥이 남아 있지 않다.

<이화문고>의 1층과 <에덴화랑> 정면은 같은 타일로 마감되어 있다. 건물주는 다른데도 이와같은 양상은 어떻게 가능할까 여러 생각이 앞선다. 에덴화랑이 입면을 새로 단장할 때, 이화문고의 건물주도 옆 집을 따라, 1층만 새롭게 단장했을 수도 있겠다.

인사동길과 태화관로 사거리를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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